1970년에 방영된 미국 SF 드라마 ‘The Immortal(디 이모탈)’은 짧은 방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설정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주제를 다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유전적으로 죽지 않는 몸을 가진 남자의 도주와 생존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단순한 액션이 아닌 시대적 배경과 철학적 질문을 내포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The Immortal’의 줄거리, 드라마가 탄생한 시대의 맥락, 그리고 감상평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1. 줄거리 (영원히 늙지 않는 남자, 유전자와 인간의 도주)
‘The Immortal’의 주인공은 베니사스 제프롤(Christopher George 분)이라는 자동차 테스트 드라이버로, 우연히 병원 검사 중에서 그의 혈액이 ‘모든 질병에 대한 면역력’과 ‘노화하지 않는 유전자’를 지닌 특별한 것임을 알게 된다. 그 결과 그는 갑작스럽게 거대한 재벌이나 범죄 조직의 추적 대상이 된다. 이들은 그를 생체실험 혹은 영생의 열쇠로 삼고자 하며, 그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도망자가 된다. 매 에피소드는 새로운 도시, 새로운 인물과의 만남을 통해 전개되며, 이 과정에서 제프롤은 사람들을 도우며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또 다른 추격을 피한다. 표면적으로는 액션과 추격의 연속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인간이 가진 삶과 죽음, 자유의지에 대한 질문이 중심을 이룬다. 드라마는 "죽지 않는 능력"을 가진 자가 오히려 가장 큰 위협을 받는다는 아이러니를 그려낸다. 주인공은 자신이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친구, 일상의 평범함을 모두 잃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이러한 설정은 인간이 바라는 '영생'이라는 주제를 다르게 비트는 장치이며, 단순히 부러움의 대상이 아닌 비극의 상징으로 제시된다. 총 15개의 에피소드가 제작되었지만, 당시 시청률의 부진과 제작비 문제로 인해 시즌이 조기에 종료되었다. 그러나 이후 이 드라마는 컬트 클래식으로 평가받으며 꾸준한 팬층을 형성했다.
2. 역사적 의미 (생명공학과 냉전의 그림자)
‘The Immortal’은 당시 과학의 발전과 인간 개조에 대한 관심이 높던 1960~7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우주 경쟁, 유전자 연구, 그리고 생명연장의 욕망은 당시 미국 사회에서 과학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었다. 이 드라마의 설정은 단순히 공상과학의 허구가 아니라, 생명윤리와 인간의 통제를 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주인공의 피를 원하고, 그를 사냥하는 세력은 기업, 권력자, 군사조직으로 대표된다. 이는 인간의 생명마저 권력과 이익을 위해 소유하려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또한, 드라마 방영 당시 미국은 냉전 속에서 기술과 과학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에 몰두하고 있었으며, 동시에 개인의 자유에 대한 침해, 감시 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었다. ‘The Immortal’은 이러한 시대의 불안을 주인공을 향한 끊임없는 감시와 추적으로 형상화하며, SF 장르를 통한 정치적 은유를 실현했다. 이 작품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인류에게 유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경고와 함께, 인간 존재의 한계와 도덕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이나 인공지능 윤리 문제가 논의되는 지금과도 그 맥락이 이어지는 점에서 매우 선구적인 시도였다.
3. 감상평 (고전 속에서 되살아나는 존재의 의미)
‘The Immortal’은 빠른 속도감이나 화려한 특수효과보다는 진지한 설정과 주제의식으로 승부를 거는 드라마다. 당대 기준으로는 참신했던 과학적 아이디어와 철학적 질문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주인공의 존재 방식은 관객에게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는 죽지 않지만, 외롭다. 병에 걸리지 않지만, 끊임없이 도망친다. 이 드라마가 전달하는 핵심은, 인간의 삶이란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에 더 의미 있고, 자유로운 것이라는 역설이다. 죽음의 부재는 곧 인간다움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배우 크리스토퍼 조지의 연기는 조용하지만 강한 인상을 주며, 주인공의 고뇌를 깊이 있게 표현해 낸다. 시리즈의 제한된 분량에도 불구하고, 각 에피소드마다 다채로운 상황과 인간 군상이 등장해 단순한 도망극 이상의 드라마적 깊이를 부여한다. 비록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The Immortal’은 오늘날에도 SF 드라마의 원형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큼 구조적 완성도와 철학적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다. 마치 ‘The Fugitive(도망자)’와 ‘The Incredible Hulk(헐크)’의 중간지점에 있는 듯한 이 드라마는, 실존적 긴장과 시대적 함의를 모두 담아낸 고전적 명작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The Immortal’은 SF 장르를 빌려 인간의 본성과 윤리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진 드라마다. 죽지 않는 존재가 과연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작품은 짧은 방영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생명과 인간의 자유, 존재의 의미를 묻는 수작으로, 지금 다시 보아도 여운을 남기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