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프라핏(Profit)’은 1996년 FOX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기업 내부에서의 권력 투쟁과 부도덕한 야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제와 구성으로 짧은 방영 기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이후 컬트 클래식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명목 하에 무엇까지 희생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묻는 드라마다.
1. 줄거리 (주인공의 이중성)
‘프라핏’은 주인공 짐 프라핏(Jim Profit)이 거대 다국적 기업 ‘Gracen & Gracen’에 입사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겉보기엔 능력 있고 매력적인 엘리트 사원이지만, 실상은 치밀하고 위험한 사이코패스다. 짐은 출세를 위해 동료를 조종하고, 정보를 해킹하며,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철저히 숨기고, 다른 사람의 약점을 파악해 철저히 이용한다. 드라마의 흥미로운 점은 이 주인공이 명확한 ‘악인’ 임 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짐 프라핏은 고아 시절 TV 안에 갇혀 자란 충격적인 트라우마를 지녔으며, 그 과거가 지금의 냉혹한 인격을 만든 핵심 배경으로 작용한다. 그는 회사의 경영진, 경쟁자, 심지어 사장까지 조종하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간다. 겉으로는 완벽한 매너와 미소로 무장한 그가 점점 조직 내부를 장악 해 가는 과정은 불편하면서도 매혹적인 긴장감을 준다. ‘프라핏’은 전통적인 주인공 서사를 완전히 뒤엎으며, ‘성공’이라는 가치 뒤에 숨겨진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2. 역사적 교훈 (역사적 맥락과 자본주의 비판)
이 드라마가 1996년에 방영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 당시 미국은 IT 산업이 성장하며 경제적 호황기를 누렸고, ‘월스트리트 정신’과 주주 중심 자본주의가 미국 사회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고 있었다. ‘프라핏’은 바로 이 시기의 자본주의 논리, 즉 “이익만 남는다면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흐름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짐 프라핏은 그 체제의 극단적인 산물이다. 그는 규칙을 어기지 않되, 모든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하고, 회사 내부의 도덕적 기준을 무력화한다. 드라마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하는 모습, 내부 고발자가 제거되는 구조, 승진을 위해 협잡이 일상화된 현실 등을 과장 없이 묘사하며 시청자의 불편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특히 당시로선 보기 드문 방식으로 기업의 비윤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프라핏’은 시대를 앞선 작품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이 드라마가 지나치게 냉소적이라는 이유로 8화 만에 조기 종영되었지만, 유럽에서는 훨씬 더 긴 호응을 받았으며, 이후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21세기형 드라마의 원형”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오늘날 ESG, 윤리경영, 내부고발자 보호 등의 화두가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상황을 고려하면, ‘프라핏’은 그보다 20년 앞서 자본주의의 윤리적 파산을 경고한 선구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3. 감상평 (현재적 시사점)
‘프라핏’을 감상한 뒤 가장 강하게 남는 느낌은 ‘불편한 통찰’이다. 주인공 짐 프라핏은 단순히 악역으로 소비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성공에 대한 집착, 냉정한 판단력, 뛰어난 두뇌, 정교한 계획 등을 통해 ‘이 시대가 원하는 인물상’을 그대로 구현한다. 우리는 그를 경멸하면서도 동시에 인정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며, 시청자에게도 “당신이라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짐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도구화하며, 관계마저 거래로 환산한다. 그러나 그의 성공에는 따뜻함도, 연대도, 진정성도 없다. 결국 그는 점점 고립되고, 자신이 만든 권력의 탑 안에 스스로 갇히게 된다. 그 점에서 ‘프라핏’은 단순한 기업 스릴러를 넘어 인간 존재와 성공의 본질을 파고드는 심리극이라 할 수 있다. 시청자로서 나는 짐의 지능과 전략에 경탄하면서도, 그가 얼마나 외롭고 불안정한 인물인지를 동시에 느꼈다. 특히 회사를 ‘가족’처럼 여긴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지배하려 하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 조직 내 인간관계의 왜곡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라핏’은 드라마를 넘어서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는 이익과 성공을 좇는 과정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가?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이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더욱 날카롭게 다가온다.
‘프라핏’은 냉혹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 드라마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이면, 권력과 성공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 그리고 그로 인한 고립과 파멸을 그린 이 작품은, 짧은 방영 기간에도 강한 울림을 남긴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이 짐 프라핏이 설계한 기업 사회와 얼마나 다른지, 아니면 어쩌면 너무도 비슷한지를 스스로 되묻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당신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성공’을 정의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