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티스(M.A.N.T.I.S.)』는 1994년 미국 FOX 채널에서 방영된 슈퍼히어로 드라마로, 흑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문 히어로 서사로 주목받았다. 첨단 기술로 제작된 슈트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 과학자 ‘마일스 호킨스’ 박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종차별, 장애, 정치 부패 같은 사회적 이슈까지 포괄하는 선구적 작품이다. 슈퍼히어로의 정의와 사회 구조의 모순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이 드라마는, 단 한 시즌이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다.
줄거리
『맨티스(M.A.N.T.I.S.)』는 천재적인 흑인 신경과학자 마일스 호킨스 박사가 주인공으로, 평화 시위 중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하반신 마비라는 중상을 입으면서 시작된다. 사회 정의 실현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안은 그는 자신의 과학적 지식을 활용해 외골격 슈트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다시 걷고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이 슈트는 단순한 보조기구가 아니라 점프력, 스텔스 기능, 방탄 방어력 등 슈퍼히어로급 능력을 제공한다. 그는 ‘맨티스’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로 활동하며 도시의 범죄와 부패, 권력 남용에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각종 고위층의 음모, 과학의 남용,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등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한다. 경찰조직, 정부 요원, 범죄조직 등 다양한 세력이 그의 존재를 추적하는 가운데, 그는 개인적 상처와 사회적 불의를 넘나드는 이중적 싸움을 펼친다.
2. 역사적 교훈
『맨티스』는 단지 슈퍼히어로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미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사회적 알레고리로 읽힌다. 마일스가 경찰의 고무탄에 맞아 하반신 마비가 된 배경은, 당시 심화되던 경찰의 무력 사용, 인종차별적 대응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슈퍼히어로는 왜 항상 백인 남성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1994년이라는 시대는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불신, 차별, 정치적 소외가 심화되던 시기였다. 그런 점에서 『맨티스』는 흑인 주인공이 기술과 지성을 통해 사회에 맞서는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한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다. 또한, 장애인을 영웅으로 묘사한 점 역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설정이었다. 드라마는 테크놀로지가 단순히 발전을 위한 수단이 아닌,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슈트’를 입은 맨티스는 마비된 육체를 되찾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되새기며 도시의 질서를 지켜낸다. 하지만 드라마는 단순히 기술 찬양으로 흐르지 않는다. 맨티스의 힘은 동시에 감시당하고, 체제에 이용되려는 위험에도 노출된다. 이는 오늘날 AI, 사이보그 기술 발전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윤리적 문제를 30년 전 이미 제기하고 있었다. 과학이 인간을 도울 수도 있지만, 체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3. 감상평
『맨티스』는 짧은 시즌이었지만, 지금 봐도 충분히 시대를 앞선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일스 호킨스가 단순히 '슈퍼히어로'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범죄와 싸우지만,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 과거, 사회적 위치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이는 그를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 만든다. 특히 기술을 통해 장애를 극복한 모습은 많은 장애인 시청자에게도 희망을 줬고, 실제로 『맨티스』는 흑인 청소년 사이에서도 ‘첫 영웅’으로 큰 의미를 지녔다. 그는 절망을 기술과 용기로 바꾸어내며, “과학은 정의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2020년대에 들어와서야 마블, DC 등 주류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도 흑인 주인공이 등장했지만, 『맨티스』는 그보다 훨씬 앞서 다양성과 포용, 기술의 윤리적 사용을 고민한 수작이다. 오늘날 다시 리메이크되어도 손색없을 만큼, 주제적 깊이와 철학이 강한 작품이다. 『맨티스』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드라마가 아니라, 인종, 장애, 권력, 기술이라는 복합적 주제를 강하게 다룬 선구적인 작품이다. 단 한 시즌으로 끝난 것이 아쉽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양성과 정의, 그리고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지금, 그 답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